안녕하세요. 모빌리티 시스템 그룹 - 모비딕 팀의 스팍입니다.
쏘카에서 최근에 진행한 밋업회에 대한 내용을 이 글에서 공유해봅니다.

회사가 10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쏘카의 초창기 멤버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창립 멤버는 아닙니다. 쏘카가 제주에서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나 서울로 진출을 시작했을 때 합류했습니다.

다만 운 좋게도 쏘카의 고속 성장 직전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개발자는 저 포함 고작 네 명이었습니다. 회의를 진행하기 매우 편한 환경이였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뒤로 돌아앉기만 하면 그만이었거든요.

이랬던 조직이 회사의 성장 속도에 따라 급작스레 커지면서 점점 고민이 생기게 됩니다.

그중에 가장 고민인 부분은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 입니다. 이 고민은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커지다 보니 자연스레 발생하는 일입니다. 저 위의 사진에 있는 사람들이 조직이 커지면서 각각 프론트팀, 백엔드팀, 인프라팀 등으로 나뉘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고민이 추가적으로 생기기 시작합니다.

  • 조직이 분화와 더불어 개인의 성향을 어떻게 고려할 수 있을까? 쉽게 표현하자면, 건물의 대들보, 기둥, 서까래들이 한곳에 모여있을 땐 괜찮았지만, 각각 흩어져서 새로운 집의 자재가 되려 하니 필요로 하는 특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 급속한 성장의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일반적인 개발 조직에서 챙겨야 할 것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문서화인데, 다 챙기려는 노력을 하지만 문서가 누락이 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특정 부분의 히스토리가 잘 남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많은 회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 급속도로 조직이 성장하다 보니, 회사도 조직의 “구심점”이 되어주는 사람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회사의 각 조직장을 담당하는 분들이 구심점 역할을 하지만, 조직이 점점 커지면서 다양한 역할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조직에는 분위기 메이커도 필요하고 멘토도 필요합니다. 마치 연극처럼 각자의 역할을 맡아주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죠.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조직의 생동감이 늘어난다고 봅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쏘카 내에서 개발밋업회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밋업회? 그거 개발자 세미나 같은 것 아닌가?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개발자 밋업이 기술 교류와 세미나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화의 원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면 HomeBrew Compute Club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들 아는 이바닥의 구루이자 전설 아닌 레전드들이 왕년에 저 멤버로 참여하셨죠. 그러한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 워즈니악이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저 그룹은 해커들의 취미생활이자 소셜 네트워크의 기능을 했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취미로 같이 프로젝트 할 사람 모아보고 했던 그룹이라는 거죠.
그렇게 놓고 보니 왠지 급속도로 확장된 조직을 급한 대로 붙여주는데에는 괜찮은 딱풀 역할을 할 만한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정신이라 하면 일단 시작하고 본다!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준비했나요?

참고할 자료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한 결과, “밋업 참관 후기”는 많지만 “밋업을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하는 내용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엔 쏘카 짬밥 7년이 너무나 아쉬운 관계로 하나씩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모임을 만들 때 대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해서, 나름의 다음과 같은 원칙과 목표를 세웠습니다.

  • 참석도 쉽고 불참도 쉬워야 합니다. 밋업회 자체가 업무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서로 조직이 달라도 업무로 인해 모였을 때 필요한 아이스 브레이킹을 밋업회로 해소할 수 있어야겠죠.
  • 개발자들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무리 쏘카가 수평적인 조직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인 이상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부분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히스토리가 구전문학처럼 전해져 내려가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아예 사라져버리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됩니다.
  • 안 그래도 구전문학이 문제가 되는데 밋업회마저 구전될 수는 없겠죠. 매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작게라도 기록해 나 갈수 있도록 했습니다.
  • 팀별로 서로 간의 사정 파악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인 이상 일하는데 마찰이 아예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쌓아만 놓기보다는 업무가 아닌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버릴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위와 같은 목표를 기반으로 해서, 밋업회에서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를 매주 제가 제시하거나 참석자들에 받아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였습니다. 일종의 오픈토론처럼 말이죠.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밋업 시작 전 그날의 서기를 뽑아서 노션에 정리하도록 하였습니다. 개발밋업회를 통해 기술세미나가 열렸을 때는 구글밋 녹화기능을 이용해 사내에 세미나 녹화 파일을 공유하였습니다.


밋업을 진행하고 얻은 것

먼저 가장 주요한 발견으로, 조직별로 “지식의 사일로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직이 전문 분야별로 나눠져 발달할 수는 있겠지만 상호 간에 기술 교류가 없으면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발목을 잡힙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인프라 구조를 이해 못 해 과도한 컴퓨팅 비용을 지불한다던가, 잘못된 방식으로 배포한다던가 하는 일로 인해 시간비용을 소모하게 됩니다.
당연히 이러한 일들을 개발자는 회피하고 싶기에 사내 참고할만한 기술문서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변화가 빈번한 조직은 문서화 프로세스 하나 잡기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따라서 조직별로 기술문서는 만들고 있어도 다른 조직에서 참고하려면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서 헤매는 일이 발생하게 되겠죠.
이러한 부분을 기술밋업회가 풀어주는데에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궁금한 것들을 서로 물어보면서 채우기도 하고, 아예 하루 시간을 잡아 작은 세미나를 열기도 했지요. 심지어는 회사에서 권장하는 기술 블로그 쓰기에 대한 내용도 함께 이야기해볼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스터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조직이 전문분야로 나뉘면 각자의 도메인이 발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 도입을 두고 이야기할 때 각 도메인끼리의 관점을 나누는데에도 효과적입니다. 밋업회를 통해 GO 언어를 스터디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결국엔 쏘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할 때 최소한 현재 기준 어떤 도메인에서든 이점이 없다는 점을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중국산 티셔츠는 잘못 세탁하면 큰일 난다는 것도 배웠지요.

그리고 고민은 나누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개발자 또는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털어놓기 어려운 주제도 던져봤는데 의외로 열띤 토론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밋업회 자체가 회사에서 업무 기능을 담당하지 않기에 토론 결과가 업무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긴 합니다만, 서로 다른 조직끼리 “저 조직은 왜 우리와 다를까”라는 의문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Next Step!

뒤돌아보니 정말 많은 주제들을 이야기 했군요 :)

제 1회 개발밋업회가 열린 날은 2021년 5월 7일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매주 열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매주 열지는 못하고 있긴 합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다음 단계는 매주 열릴 수 있게 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참여하는 사람을 늘리고 싶은 욕심도 간절합니다. 경험상, 밋업회에서 세미나를 연다고 하면 온라인으로 진행해도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참석자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날에는 오는 사람만 오는 날이 많습니다. 그만큼 업무가 바쁘다는 거겠죠. 그 바쁜 와중에 밋업회가 숨통을 터주고 한 주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람은 “내가 이것을 왜 만들지”라는 자각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각의 유무에 따라 발생하는 품질의 차이도 만만치 않습니다. 개발밋업회가 조직 간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이해증진을 추구한다면, 비 개발 직군의 이야기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자리를 열어주는 개발밋업회로 키워나갈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내어 개발밋업회에 참여해주신 많은 동료들, 특히 항상 참여해주신 맷, 인클루, 바다, 빅서, 리스본, 험프리, 주노, 라네, 토니, 레이, 그리고 좋은 세미나 만들어 제공해주신 카일, 제이든, 타일러,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